Don't panic! Just a letter from universe
찢어진 백과사전을 채우기 위해 탐험을 떠난 이동조사원이 보내는 탐험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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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어디 살아요? 라는 질문을 많이 받습니다. 아마도 육지의 사람들은 세화나 협재, 애월같은 바다쪽이라는 답변을 많이 기대하시는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답합니다. 저는 제주 시내에 살고 있어요! 라고요. 덧붙이자면 제가 사는 동네는 정확하게는 오라동이고, 보통은 제주버스터미널 근처라고 말하곤 하지요. 어느 새 이 동네에 산지도 2년이 다 되어 갑니다. 가장 처음 제주에 왔을 때에는 성산일출봉이 있는 동네에서 1년 반을 살았고, 그 다음에는 베란다에서 바다가 바로 보이는 동네에서 1년, 마지막으로 제주의 오래된 원도심이 있는 곳에서 반년 정도를 산 후에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이사했어요.
지금 살고 있는 이 동네가 참 맘에 듭니다. 좋은 점은 꽤 많습니다. 근처에 술집이 없어서 밤에 조용하다는 것,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살고 있는 오래되고 고즈넉한 주택가라는 것, 집 300미터 거리에 큰 공설운동장과 수영장이 존재한다는 것, 봄이면 벚꽃이 가득한 벚꽃산책길이 있고, 터미널이 근처라 기사분들이 많이 가는 훌륭한 기사식당이 매우 많다는 것. 특히 그중에서도 오로지 갈비탕만을 판매하는 동네의 터줏대감격인 갈비탕 맛집이나, 지금껏 가본 어느 고급 레스토랑보다 더 청결에 신경쓰시는 것 같은 ‘엄마손맛’ 된장찌개집을 빼놓고는 절대 이 동네의 장점을 논할 수 없습니다. 식사를 마친 뒤 넓고 잘 정비된 운동장을 몇 바퀴 돌고 집에 들어가면 딱이거든요. 아, 그리고 공항도 아주 가까워서 택시로 10분 내외면 가는데다 터미널이 근접해있어 제주 내 어느 곳으로든 가기 편한 교통의 요지이기도 합니다.
특히 제가 사는 집으로 말하자면, 이전 제주시의 부시장님이 소유하신 집으로(?) 내진설계가 되어있을 정도로 아주 튼튼한데다(부동산 계약할 때 아주 강조하신 부분입니다), 집주인분의 부모님이 같은 건물에 사셔서 건물이 아주 깔끔하게 관리된다는 점이 참 좋아요. 더군다나 복층구조로 되어있어서 함께 사는 룸메이트와 공간을 나누어 살기에도 좋습니다. 제주, 하면 보통 떠올리는 오션뷰 집은 아니지만, 거실의 창으로 바라보면 아-주 멀리 바다가 조금 보이기도 합니다. 주위에 큰 건물이 거의 없어서 창문으로 하늘이 시시각각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점도 아주 큰 장점이에요. 특히 노을이 아름다운 여름철에는 해가 지는 시간마다 창문 앞에 앉아 멍하니 바라볼 때도 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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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용하는 복층 공간, 보이지 않지만 2미터 짜리 대형 테이블도 있어요!
아참, 집이 복층이라고 말씀드렸던가요? 1층은 일반 가정집 같고요. 2층은 미국의 오두막집 같은 느낌이 있는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에요. 룸메이트와 처음 어디를 쓸지 정할 때, 룸메이트는 무조건 1층, 저는 무조건 2층을 원해서 각자 공간을 나누어 쓰고 있답니다. 편백나무로 짜여진 복층공간은 성인 남자가 서도 충분한 높이라서 생활하기에도 불편하지 않아요. 일단... 정말 예쁜걸요🥺 어떻게 이 공간을 두고 1층을 쓴다고 결정할 수 있는지 사실 아직도 저는 이해를 못 하고 있지만요, 사람의 취향은 정말로 다양하다고 넘기고 있습니다, 후후. 아무튼 저는 복층 공간에 2미터짜리 큰 원목책상을 두고 작업실처럼 이용합니다. 턴테이블과 예쁜 조명들, 좋아하는 책을 잔뜩 가져다두고요. 아침에 일어나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연 뒤 인센스를 피우고 음악을 켠 다음, 그날 당기는 원두를 골라서 커피를 내려 소파에 앉으면 더 바랄 것도 없네, 하는 마음도 듭니다.
물론, 모든 면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닙니다. 창문이 많은 집이기는 하지만 남향이 아니라 햇빛이 덜 들거든요. 화장실도 하나 뿐이고, 아래층에 사는 사람들은 주말 새벽에 왜 그렇게 크게 노래를 고래고래 부르는지 알 수 없고요. 창고로밖에 쓸 수 없는 죽은 공간이 너무 많고, 복층을 오르는 계단은 많이 가파른 편이에요. 특히 저녁 8시면 집 근처의 거의 모든 식당과 카페가 문을 닫고, 핫플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하지만 처음에는 단점이라고 여겼던 것들마저도 이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어쩌면 이 동네에 정이 들었나봐요. 그냥 좋아하는 건, 좋아하다가도 싫어하는 점이 생기면 바뀔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정이 든다는 것은, 싫어하는 면 때문에 투덜거리더라도 그것마저도 시나브로 좋아질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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