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달리기를 좋아하나요?
지난 편지에 매일 달리고 있다고 적긴 했지만, 사실 저는 달리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진짜로... 왜 그러냐 하면, 달리기는 사람들과 같이 뛰는 일이 많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왜, 요새는 러닝크루도 많고, 실제로 달리다 보면 함께 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이 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는 함께 하는 운동을 선호하는 편이 아니거든요. 내가 못 하면 다른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같고, 내 페이스대로 뛰고 싶은데 다른 사람이 있으면 그게 좀 어려워질까 봐요. 다른 사람이라는 존재는 보통 예측이 불가능한 요소이기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항상 혼자서 페이스를 조절할 수 있는 운동들을 선호해왔습니다. 그리고 이건 일과 삶에서도 마찬가지여서, 가능한 항상 혼자서 활동하는 것을 선택해왔기에 이제는 혼자 할 수 있는 능력과 범위, 그러니까 다시 말해 저의 페이스를 제법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달리기를 하면서는 저의 선택권이 없이 다른 사람과 종종 뛰게 되는 일이 생기게 되는 거예요. 함께 일하는 대표님이 “평소에 뛰던 대로만 뛰면 안 된다! 언제나 너의 한계를 부수고 달려나가야 한다!🔥”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심심할만 하면 10km달리기, 20km달리기를 기획하시곤 하거든요... 진짜루 싫지만, 저는 항상 여기에 필참이고요... 흑흑.
달린지 얼마 되지 않아 달리기에 익숙하지 않으니, 누군가에게는 길지 않은 거리일지라도 저에게는 고난과 시련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한계도 넘을 수 있다!” 역시 대표님의 지론이기 때문에, 제가 평소였다면 절대로 선택하지 않았을 <함께 달리기>라는 옵션이 강제로 주어졌다는 것 정도?😇
이 고난의 시작은 대표님이 올해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 추위는 달리기로 이겨내야 한다며 10km를 6분 30초의 페이스로 달리기를 선포했을 때였습니다. 저는 평소에 6분 40초~7분 사이의 페이스로 딱 5km만 달리곤 했었거든요. 과연 내가 원래 달리던 속도보다 더 빠른데 평소 뛰는 거리의 두 배를 뛸 수 있을까...?
그런데 이게 중간에 포기하자니 다른 사람들과 함께 달리고 있어서 포기할 타이밍도 애매하고, 좀 힘들긴 한데 옆에서 사람들이 뛰니까 그냥 덩달아 계속 뛰게 되고, 제가 좀 느려진다 싶으면 다른 사람들이 옆에 와서 말을 걸며 함께 뛰어주고, 페이스메이커가 계속해서 몇 키로 남았는지를 확인해주니까, 제 한계라고 생각했던 속도와 지점을 생각할 틈조차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