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Panic! Just a Letter from Universe
찢어진 백과사전을 채우기 위해 탐험을 떠난 이동조사원이 보내는 탐험일지 |
|
|
엄마랑은 말이 안 통해! 분명히 20대 중반까진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집에 있고 싶지 않아서 고등학교 기숙사에 내내 살았고, 대학생 때엔 알바를 전전하면서라도 어떻게든 자취를 했습니다. 엄마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와 바로 취업한 뒤, 결혼을 하고 저와 동생을 낳고 내내 일하면서 가족의 생계를 꾸렸습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오래 전에는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저를 키우고 싶었다고 말하는 엄마의 말에 정말 그랬으면 좋았겠다고 속으로 조금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그렇게 엄마의 큰 딸은 약간의 반항기를 거치긴 했지만(후후), 다행히 별 탈 없이 자라서 대학을 다니게 됐고요. 엄마는 몇 년간 주민센터 도우미로 일하던 중 같이 일하던 분에게 우연히 사회복지사 자격증 공부를 추천 받았습니다. 제가 22살, 엄마가 46살일 때요. 엄마가 슬쩍, 사이버대학을 등록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준비해보려고 하는데 조금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어보더군요. 흔쾌히 도와준다고 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무튼 엄마는 매일 일한 뒤 퇴근하고서 모니터 앞에 앉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노안이 와서 작은 글씨가 안 보인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안경을 쓰고는 수업을 열심히 듣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나요📚
|
|
|
그렇게 공부를 시작한 엄마 주변에서는, 그 나이에 무슨 공부냐고 타박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도 꽤 있었고, 사실 저도 아주 조금 귀찮은 마음을 가진 적도 있습니다. 온라인 과제나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은 물론이고, 한글에서 표를 만드는 법이나 “딸, 이거 창이 안 켜지는데 어떻게 하니?” 같은 질문들이 4년 동안 내내 이어졌거든요. 하지만 매일같이 일찍 출근해서 야근도 종종 하던 엄마가 퇴근하고도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엄살을 부리긴 정말로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전 그 쉽지 않은 일을 해냅니다만…😇
어쨌든 결국 엄마는 정말로 대단하게도, 4년제 사이버 대학을 수료해서 대졸이 되었고, 곧 사회복지사 자격증 시험에까지 합격해서 면허증조차 없던 저보다 먼저 국가공인자격증 보유자까지 되었습니다. 그게 제가 25살, 엄마가 50살 때였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10년 정도 흐른 지금, 엄마는, 고졸인데다 아무 경력이 없어서 몸을 쓰거나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일만 했던 엄마는, 40대에 공부를 시작해 50대에 사회복지사로 처음 일하기 시작한 엄마는, 제법 큰 노인복지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습니다. 저희집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자, 스카웃 제안을 받는 커리어 빵빵한 경력자가 되어버렸지요. 지금은 무려 새빨간 스포츠카를 몰고 출퇴근을 하고 계시고요...🏎️
|
|
|
그리고, 아직도 엄마는 저에게 너를 좀 더 좋은 환경에서 키우고 싶었다고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 제 꼬라지가 맘에 안 든다는 것을 돌려 말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애써 아니라고 세뇌 중입니다…🤦♀️ 이제 저는, 엄마에게 이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절 키울 순 없었을 거라고 대답합니다.
너무나 보통의 사람인 엄마가, 남들이 비웃든 말든 새로운 일에 도전해서 일과 공부를 몇 년간 꾸준히 병행해서 결국에는 조금씩 천천히 성취를 이뤄가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았으니까요. 이보다 더 좋은 유산이 있을까요? 저는 이제 무언가를 시작하기 너무 늦었다고, 아무리 열심히 해봐야 성공하는 놈들만 성공한다고,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 커리어는 끝나는 거라고, 일 안 하고 돈 많은 게 최고라고 하는 말들이 헛소리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엄마가 제게 물려준 것은 돈도, 차도, 집도 아니고, “성실함과 꾸준함만이 줄 수 있는 가치”라는 유산입니다. 저는 지금의 상황이 최악처럼 느껴지더라도 묵묵히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아간다면, 언젠가는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되었고요. 이 믿음을 가지게 된 후부터는 삶을 뿌옇게 만들던 두려움이 조금 사라지는게 느껴지더라고요. 때로는 삶에 고난과 역경이 찾아오더라도 나를 무너지지 않게 해줄 최후의 보루가 생겼다는 걸 알았거든요. 이 믿음이 있다면 언제든 나는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요. 모든 건 다 엄마 덕분이라고요.
|
|
|
유리병 속의 편지를 클릭하시면 개인정보 없이 저에게 답장을 보내실 수 있어요, 아니면 메일로 답장을 보내주셔도 좋고요✍️ 남겨주시는 메세지들은 우주로 사라지지 않도록 제가 잘 읽고 간직하고 있답니다🖤
|
탐험일지를 추천해주고 싶으신 분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혹시.. 아직 탐험일지를 구독하지 않으셨다던가...? Subscribe 이미지를 클릭하면 탐험일지를 구독할 수 있답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