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Panic! Just a Letter from Universe
찢어진 백과사전을 채우기 위해 탐험을 떠난 이동조사원이 보내는 탐험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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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동조사원입니다.
제주에서의 작은 공간을 오픈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마지막 레터를 보낸 것이 4월 28일이니 레터를 쓰지 않은지 반 년, 정확히는 192일이 지났습니다. 그간 님은 잘 지내셨나요? 저에게도 물론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일단 퇴사를 했고요, 레터로 전해드렸던 리드앤라이트는 가오픈을 하자마자 문을 닫게 되었고요, 그럼에도 공간과 공간을 만드는 콘텐츠에 관심이 생겨 서울로 공간기획을 위한 공부를 하러 다녔답니다. 그러다 우연히 어떤 대표님을 만나 같이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아서 지난 9월에 서울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요. 지금은 벌써 서울에 살며 일하게 된 지 3달차를 맞이했습니다.
제법 큰 일들이 있었죠? 그리고 또... 개인적으로 느끼는 변화가 있다면 평소에 글을 더욱 많이 쓰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레터로는 보내지 못했지만 혼자서 써내려가는 글의 양이나 빈도가 아주 많이 늘었습니다. 다만 글의 주제라든가, 맥락이라든가, 방향이라든가 그런 것들이 제가 보기에도 너무 의식의 흐름이라서 편지로는 보내지 못했지만… 항상 레터를 다시 써야지, 하고 생각은 하고 있었답니다. 쓰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로 많고, 쓰고 있는 이야기들도 많지만요. 사실은 지금도 “찢어진 백과사전”에는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고민을 이어가게 돼요. 하지만 다른 글을 쓰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 콕 박혀서 계속 생각이 나는 거 있죠. 방학숙제였던 일기를 한참 미루다가 개학 전날만 되면 어떻게든 방학 동안의 일기를 죄다 쓰겠다고 눈물을 닦으며 어거지로 일기를 써내던 때도 떠오르고 말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사실 찢어진 백과사전이라는 뉴스레터는 어차피 대단할 것 없는 그냥 제 생각을 쓰는 뉴스레터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거죠. 그래서 별 거 없는 글이지만, 님에게 다시 편지를 적어 보내려고 이렇게 써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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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엔 어떤 이야기를 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아무래도 역시 서울에 올라오면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게 좋겠더라고요. 제가 올해에만 총 세 번의 이사를 했거든요. 첫 번째는 제주 도심의 복층주택에서 한라산과 가까운, 동네에 딱 3가구 뿐인 한적한 동네로 한 이사였고, 두 번째는 퇴사 후 직군을 바꿔 이직하며 서울로 올라오면서 했고요. 그리고 지난 주에 했던 마지막 이사를 말하자면, 그 때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던 걸까 종종 생각하곤 하는데요. 아무래도 태어나서 처음으로 서울 사대문 안에 살게 되었다는 뽕이 차오르는 바람에, 중구청 앞 현수막 "30년 숙원 남산고도제한 완화 주민과 함께 이뤄냈습니다"를 간과한 게 실수였던 것 같아요. 정확히 이사한지 한 달 만에 집주인에게서 지금 건물을 부수고 층수를 높여 오피스텔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는 퇴거 통보를 받고 말았거든요. 제법 희망찬 포부를 품고 무려 6년 만에 서울로 돌아왔지만, 제주 시골쥐에게 서울은 그렇게 호락호락 만만한 곳이 아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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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한달의 월세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집주인 덕분에 서울 중구, 핫플인 을지로에서의 무료 한 달 거주를 체험했다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일개 개인의 주거권으로 건물주의 재산권을 이기기란 아무래도 쉽지 않은 법이니까요. 아무튼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자, 을지로의 길거리와 지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생생해지기 시작했어요. “갑자기 집에서 쫓겨났다”로 시작한 일기를 쓸 때에만 해도 서울에서 과연 얼마나 더 살 수 있을까 다시 제주로 내려가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기록과 사진이 점점 늘어나고 그 위로 일상이 켜켜이 쌓이자 ‘서울’이 아닌 동네 ‘을지로’에 애착이 생겨나더라고요.
제주도에서부터 이고 지고 온 애착 가득한 물건들이 가득했던 작은 방, 중구청 앞에 걸린 남산고도제한 완화 현수막, 거리에 가득한 ‘건물 임대’와 그 옆으로 새로운 건물을 올리는 빼곡한 공사현장들, 매일 6시에 일어나 일출을 보러 올랐던 남산을 가득 물들였던 단풍, 평일 아침 5시부터 빵빵 대며 배달을 시작하는 을지로 인쇄소의 오토바이와 리어카들, 실내 사무실에서도 담배를 뻑뻑 피우지만 내가 가면 믹스커피를 내어주던 인현상가 부동산 아저씨, 퇴근길 냄새에 홀려 일주일 내내 찾아갔던 생선구이집의 이모가 직접 끓인 보리차 같은 것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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