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짧았던 추석연휴의 마지막 밤이 찾아왔어요. 내일부터 돌아올 일상을 준비하기 위해 푹 쉬고 계신가요? 제주는 오늘 비가 추적추적 왔어요. 보슬보슬한 비가 소리없이 내려서 약간 습하고, 반팔을 입으면 약간 서늘한 기분이 드는 날이었어요. 가을에 내리는 비는 확실히 여름에 내리는 비와는 달라서 좀 더 차분하고 조용한 느낌이에요.
계절이 바뀌는 걸 느끼면 가장 먼저 뭘 하시나요? 옷장을 정리하면서 계절에 맞는 옷을 꺼내기도 하고, 대청소를 하기도 하지만, 저는 플레이리스트를 바꾸는 일이 가장 먼저 생각나요. 가을은 왠지 추억이 있는 음악을 듣기 좋은 계절이잖아요. 평소엔 조금 잊고 있었지만, 예전에 가장 좋아했던 노래, 지금은 멀어진 사람이 추천해준 노래, 첫 여행에서 들었던 노래, 좋아하던 영화의 BGM으로 쓰였던 곡, 가사가 너무 공감돼서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노래같은 음악들을 오랜만에 꺼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듣곤 합니다.
님은 보통 어떨 때 음악을 들으세요? 저는 굳이 말을 해야만 하는 필요가 없는 모든 시간에 음악을 틀어둡니다. 글을 쓸 때는 가사가 없고 리듬감이 좋은 재즈를 틀고, 반복적인 문서나 작업을 할 때는 신나는 아이돌 음악을 틀고요. 자기 전에는 금방이라도 잠들 수 있도록 차분한 연주곡을 틀고, 산책을 할 때는 그때그때 듣고싶은 음악을 느낌에 따라 골라 들어요.
최근에는 기억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기억을 장기기억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이상의 감각을 함께 사용하는게 좋고, 내가 집중하고 있는 순간은 더 천천히 흘러간다고 느낀대요. 그래서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나, 온전히 공간과 시간을 누리고 싶은 순간에는 음악을 공들여 선곡합니다. 종종 인센스를 함께 피우기도 하고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은은한 향기를 맡으면서, 그 시간을 완벽하고, 느리게 전부 누려주면 기분이 참 흡족해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