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혹시 휴재를 하겠다고 말씀드리지도 않고 탐험일지를 보내지 않아서 조금 기다려주셨을지도 궁금해요. 이동조사원은 지난 2주간 무단휴재를 감행한 채로 푹 쉬고나서야, 탐험일지를 쓰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었습니다… 후후. 기다려주셨다면 감사하고 살짝, 깜빡 잊고 계셨다고 해도 좋아요. 제가 보내는 편지를 누군가가 읽어줄 거라는 느슨한 확신만으로도 탐험일지를 계속해서 써나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음이 생겨나거든요.

지난 편지에서 적었던 부분을 살짝 가져왔어요. 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2주간 쉬면서 앞으로 탐험일지를 어떻게 계속 써나갈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은 탐험일지 뿐만이 아니라 삶의 여러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거든요. 무단 휴재에 대한 변명이 맞습니다. 학생 때에는 어른이 되면, 아니 최소한 지금의 나이쯤 되면 이런 고민을 안 할 수 있을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처음에는 자괴감이 들다가, 그다음에는 화가 좀 나다가, 남들도 다 그렇지 하고 타협도 했다가, 그럼에도 우울했다가, 분노의 5단계 유형을 착실하게 거쳐 드디어 수용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걸 잘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린 것, 추석 연휴 덕에 자연스럽게 찾아온 여유있는 시간들과 휴식, 정전과 함께 찾아온 태풍 힌남노 덕에 느낀 자연재해 앞에서의 인간의 무력함, 끝나고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고강도 운동, 밀리의 서재에 새로 입고된 드래곤 라자 시리즈의 밤샘 완독 중, 저에게 가장 도움이 된 것이 무엇인지 꼽기는 어렵지만요👀

저는 30대의 직전인 29살 12월에 처음으로 헬스, 그러니까 웨이트 운동을 처음 배우기 시작했는데요, 처음에는 너무 힘들어서 3개월이 넘어가면 좀 덜 힘들겠지? 라고 (혼자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처음에는 10kg을 들다가, 그 다음에는 20kg, 이걸 들면 30kg... 끝없이 늘어나더라고요. 그러니 몇 개월을 해도 계속해서 너무 너무 힘든 거예요. 대체 언제까지 더 무거운 걸 들어야하지?

80kg를 들면 90kg를 들게 할 거고, 100kg를 들게 할 거고, 위로 올라가는 숫자에는 한계가 없잖아요. 억울해서 선생님에게 따져 물었습니다.

- 아니 선생님, 제가 몇 개월을 열심히 했는데 왜 점점 힘들고 어려워지기만 하는 건가요! 대체 운동은 언제 쉬워지는 거예요?

- 운동은 원래 그런 거예요. 열심히 할수록 더 무거운 무게를 들거고, 더 어려워질 거예요.

- 예? 

- 그런데 한 번 생각해보세요. 회원님이 처음에는 10k를 들면서도 힘들어했잖아요. 힘든 과정들이 쌓여서 더 많은 무게를 들 수 있게 된 거고요. 앞으로도 힘들겠지만, 그만큼 더 많은 무게를 들겠죠. 어쩌면 못 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항상 나의 최선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해요. 운동은 원래 그런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