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Panic! Just a Letter from Universe
찢어진 백과사전을 채우기 위해 탐험을 떠난 이동조사원이 보내는 탐험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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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많이 사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필요한 물건은 적당히 마음에 드는 걸 사서 오래오래 쓰는 편이기도 하고요. 어떤 물건을 살 때, 생각한 기능의 7~80퍼센트 정도의 만족을 충족시켜준다면 고장나지않는 한 오래도록 잘 씁니다. 지금 쓰는 아이폰은 3년째 쓰고 있고, 앞으로 2~3년 정도는 더 쓸 예정이고, 애플워치도se를 구매해서 지금 기스투성이가 되어버렸지만 잘 작동하기 때문에 바꿀 생각은 없습니다. 아마 에어팟 프로도 잃어버리지만 않았다면 계속 쓰고 있었을 거예요. 일단 사고 나면 익숙해진다는 신조로, 큰 불편함이 없다면 새롭게 물건을 사는 것을 지양하는 편입니다. 일단 쇼핑은 너무나 힘이 드는 일이기 때문이지요…😇
그런 저에게 100퍼센트 만족해야만 하는 것이 있다면, 바로 책상과 소파입니다. 다행히 책상은 지금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아는 목수분을 통해 2미터 짜리 원목을 가공하여 마음에 꼭 드는 대형 책상을 구비해 두었는데, 이상하게도 1인용 소파만큼은 영 마음에 드는 걸 찾을 수 없었습니다. 다양한 카페와 식당과 책방과 호텔에서 앉아보면서 완벽한 소파를 찾아 헤맸지만, 살 정도로 마음에 드는 소파를 찾기가 아주 어렵더라고요. 혼자 앉아서 책을 읽으려면 소파가 꼭 필요한데 말이죠!
적당히 현실과 타협해 여러 공간을 만들어 두었지만 영 마음에 차지 않았습니다. 빈백은 받침대가 없어서 불편하고, 소파베드는 팔걸이가 없어서 불편하고, 리클라이너나 좌식소파는 안락한 느낌이 덜하고, 캠핑용 의자까지 두어보았지만 제가 원하는 느낌은 도저히 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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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의 모든 소파와 앉을 자리는 최종 합격을 하지 못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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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 제가 원하는 소파는 디자인이 예쁜 소파는 아닙니다. 다른 물건들을 구매할 때에는 디자인을 상당히 보는 편인데, 이상하게도 소파에서만큼은 디자인이 전혀 상관없게 느껴집니다. 저에게 100퍼센트의 소파란 곧 100퍼센트의 책읽는 자세가 가능한 소파와 동의어이기 때문일까요.
다시 말해, 제가 원하는 자세로 책을 읽을 수만 있다면 어떤 디자인을하고 있건, 어떤 컬러건, 어떤 모습이건 전혀 상관이 없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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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하는 것은 이런 자세, 그리고 이런 자세로 앉을 수 있는 소파입니다. 책 사이에 쿠션을 하나만 끼면 아주 완벽합니다. 강아지는 없지만... 나만 강아지 없어. 저런 자세로 책을 읽으면 앉은 자리에서 2~3시간 정도는 붙박이처럼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단 말이지요. 핀터레스트에 검색해보니, 아예 이런 종류의 소파를 reading couch라고 부르더라고요. 물론 허리에는 살짝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어렸을 때부터 굳이 어둡고 좁은 책상 아래에 들어가 쭈구리고 책을 읽던 버릇은 사라지지 않았는지, 어딘가에 콕 박혀서 안락한 느낌으로 책을 읽는 것이 저의 100퍼센트의 책읽기입니다.
그리고 최근에야 저는 마음에 드는 소파의 조건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바로 우연히 앉았던 폴바셋이라는 카페 체인의 1인용 소파에서 그 힌트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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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걸이와 등받이가 있고 서로 이어져 있으며, 앉는 면적이 넓어서 다리를 소파 위로 올릴 수 있어야 하고, 소파를 쉽게 옮길 수 있도록 프레임이 단단하고 가벼운 소재였으면 좋겠습니다. 등받이는 푹신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가능하면 머리까지 받쳐주었으면 좋겠고요. 그렇게 이 소파를 바탕으로 제가 원하는 완벽한 100퍼센트의 소파를 그려나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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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폴바셋 소파는 직원에게 물어보아도 브랜드를 알 수 없었고, 소파에도 로고 등이 없어서 결국 어디 브랜드인지 알아내지 못했고, 심지어 제가 방문했던 매장에만 이런 형태의 소파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쉽게 포기한 이후 다른 곳에서 찾은 소파는 이케아의 소파였는데 이케아 배송은 제주도로 받기도 어렵고, 세트로 구매가 가능한 것 같아 포기했습니다. 저는 저 앉을 1인용 소파면 충분한데…!
이후로도 열심히 다양한 곳에서 소파를 찾았지만, 제가 원하는 조건의 소파를 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특히 제주도는 모든 가구업체가 배송해주지 못하는 만큼, 제가 원한다고 다 살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요. 그래서 인스타 광고 피드가 죄다 소파.. 소파… 소파브랜드가 뜨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주문제작을 하는 소파 브랜드, 유명한 가구브랜드들의 소파도 찾아보고, 한국 소파시장의 트렌드는 어떻게 흘러가는가까지 찾아볼 정도였지만 결국에는 딱 이거다! 하는 소파를 찾을 수 없었어요🥲
그렇게 언젠가 100퍼센트의 소파를 찾겠지, 하며 포기하고 지내던 어느 날 갑자기 100퍼센트의 소파가 필요해!!! 라는 마음이 불타오르고야 말았습니다. 그리고 계속된 서치로 결국 가장 비슷해보이는 소파를 찾고야 말았습니다. 마침 해외 소파를 들여오는 업체였고, 심지어 블랙프라이데이라서 가격까지 합리적이었어요. 거기다 제주도 배송까지 가능한 그런 업체요. 이거야말로 기적이 아닐까요. 그렇게 저는 저의 100퍼센트의 소파를 찾아내서 도서산간 추가 배송비를 지불하며그를 딱 마주치고야 말았습니다.
하루키가 쓴 <4월의 어느 해맑은 아침, 100퍼센트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클릭하시면 원문을 읽어보실 수 있어요)>에서는 서로가 100퍼센트인지를 시험하기 위해 한 번 헤어지지만요, 저는 겨우 찾아낸 이 소파를 포기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재빨리 네이버 쇼핑에서 구매확정을 누르고, 리뷰를 쓰고, 반품 따위 가능하지 않도록 모든 포장지를 내다버렸습니다. 이제 이 소파는 완벽하게 제 것입니다. 나중에 제주도를 떠나게 된다면, 새로 살게 될 곳에서 아예 똑같은 소파를 다시 구매하려는 결심까지 해두었습니다, 후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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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으로 소개할게요. 저의 100퍼센트의 소파입니다. 누군가에겐 이런 걸 집에 두려고 산다고? 라고 할 수도 있는 소파지만… 제게만은 100퍼센트의 소파입니다. 받자마자 1시간 정도를 조립해서 설치하고 바로 앉아서 테스트를 해보았는데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허리가 살짝 걱정되긴 하지만 그만큼 코어운동을 해주면 되니까 문제는 없을 거예요, 아마도.
소파를 받아보기 전까지는 소파의 상품상세사진이 좀 촌스러웠어서 아무리 디자인이 상관없다지만 괜찮은걸까, 고민했지만 의외로 받아보고 나니 제 방과 엄청나게 잘 어울려서 더 마음에 들어졌습니다. 소개팅을 했는데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나아서 반해버린 느낌이랑 비슷하다고 해야할까요. 또, 앉아보니 완벽하게 행복해져서 디자인이야 마음에 들지 않았어도 상관 없었겠다, 싶기도 하고요...
아무튼 저의 100퍼센트의 소파를 만나게 된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사실 오늘 탐험일지에는 다른 이야기를 쓰려고 준비해둔 글이 있었는데, 어제 소파 설치를 완료한 이후에 도저히 자랑하지 않으면 견딜 수가 없어 이렇게 평소보다 더욱 긴 일지까지 써버리고 말았네요. 그럼 저는 이제 본격적으로 소파에 앉아 일요일 오후를 즐기러 가볼게요.
님도 100퍼센트로 행복한 일요일을 보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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