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Panic! Just a Letter from Universe
찢어진 백과사전을 채우기 위해 탐험을 떠난 이동조사원이 보내는 탐험일지 |
|
|
님에게 올해는 어떤 해였나요? 💬
저에게 2022년은 꽤 의미있는 해였던 것 같아요. 올해 초 <찢어진 백과사전> 탐험일지를 처음 시작하게 된 것도 그렇고요, 제주에 살게 된지 5년이 된 해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벌써 2022년의 마지막 달인 12월이 시작되었다는 것이 잘 실감은 나지 않습니다. 어느 새 달력을 보니 벌써 12월? 말도 안 돼! 같은 느낌에 가까워요. 물론 제가 믿지 못한다고 해서 달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힘없는 제가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하겠지만요...😇
그래도 저는 겨울, 그 중에서도 12월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추운 건 좀 힘들지만, 따뜻한 곳에 앉아 귤을 까먹는 재미가 있는 계절이잖아요. 그리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보다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크리스마스와 연말, 연초를 기대하며 기다리는 시기가 주는 설렘이 느껴져요. 예쁘게 꾸민 크리스마스 트리와 반짝이는 조명들이 가득한 거리, 그리고 왠지 들떠서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 더 관대한 분위기가 되는 연말의 느낌이 주는 특별함이 좋아요🎄 연말에 찍어온 가장 좋아하는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도 함께 봐요! |
|
|
B와 D사이의 Chistmas🎄...가 아니고 Choice🤔
연말이 되면 일상에서 선택을 내릴 일이 더욱 많아집니다. 올해가 지나기 전에 꼭 만나야 할 사람들과 언제 약속을 잡을지, 어떤 옷을 입을지, 식사 메뉴는 무엇으로 할지,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누구를 만날 것이고 크리스마스에는 어떤 식당을 예약할 것인지, 12월 31일에는 해돋이를 볼 것인지 그냥 집에서 잠을 잘 것인지 등등. 다행히 요새 내려야 하는 결정들은 무겁거나 어려운 결정까지는 아니지만요, 사소하게 드는 의문들이 종종 올해 내가 했던 그 선택들이 과연 옳았을까? 내년에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까지 이어지고는 합니다.
인생은 B(Birth, 탄생)와 D(Death, 죽음)사이의 C(Choice, 선택)라는 말처럼, 인생은 결정과 선택의 연속이잖아요. 식사 메뉴 결정 같은 쉽고 간단한 결정부터, 이직을 할지 말지, 새로운 연인을 만날지 말지, 클라이언트의 부당한 요구에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까지, 어렵고 책임이 커지는 큰 결정들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 역시 꼭 찾아오게 되고요.
저는 결정을 내리는 것을 대단히 부담스러워 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은 아닌 것 같아요. 특히 가장 자신있는 분야는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에는 나서서 주문하고, 실험적인 메뉴를 주문하는 것도 좋아하며, 선택에 실패했을 경우를 받아들이는 것에도 제법 도가 텄습니다. 하지만 모든 문제가 점심 메뉴 결정 같은 것은 아니니까요. 도저히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어 어렵고 괴로운 문제들은 결국 찾아오고 맙니다.
님은 어려운 선택의 기로에 서면 어떻게 결정을 내리나요? 저는 <장단점 목록>이라는 것을 작성합니다. 장단점 목록은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쓰기 시작한 방법인데요, 알고보니 미국의 사상가이자 기록광이었던 벤자민 프랭클린이 가장 먼저 언급한 의사결정 도구라고 해요.
|
|
|
" ... 내가 쓰는 방법은 종이에 선을 그어 두 칸으로 나눈 후 한쪽에는 장점을, 다른 한쪽에는 단점을 쓰는 것이네. 이후 3~4일간 고민하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각각의 칸에 추가한다네... 이유의 가중치를 정밀하게 수치화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각각의 이유를 개별적으로 그리고 상대적으로 고려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정리하면, 좀 더 잘 판단할 수 있고 경솔하게 결정할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생각하네. "
1772년, 벤자민 프랭클린이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에게 쓴 편지 중
|
|
|
평소에는 아이패드 타이핑으로 기록하는 편인데, 장단점 목록을 쓸 때만큼은 직접 손으로 쓰는 걸 선호합니다. 에이포용지 크기 정도의 종이를 두고, 중앙에 선을 쭉 그려서 반으로 나눕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결정이 너무 어려운 문제에 대해 적습니다. 어떤 일이 너무 괴로워서 이걸 계속 해야하나 고민할 때도 적고, 둘 다 너무 좋은 것 같은데 하나만 고르는 것이 맞겠다 싶을 때도 적고, 내가 지금 하고 싶은 것이 욕심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피어오를 때에도 적습니다. 장단점을 적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제에 대해 적는 거라고 생각해요. 명확하게 글로 적어 내는 것은, 머릿 속에서만 고민하던 문제와 직접 마주치는 순간입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를 적고 나면, 왼쪽에는 나를 힘들게 하는 부분과 단점, 그 이유를 적어요. 오른쪽에는 그럼에도 내가 그걸 포기하지 못하는, 긍정적인 이유와 장점들을 적고요. 너무 빠르게 적어내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생각이 날 때마다 틈틈히 추가합니다. 정말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부터, 너무너무 중요한 것까지 골고루 전부 다 적어내어서 이제는 진짜 다 썼다! 할 때까지요. 그러고 나면, 자연스럽게 어떤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것이 중요하지 않은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분명 수십개를 적었는데 별로 중요하지 않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고, 단 한가지만 적었는데도 그 가치가 너무 큰 것도 있으니까요. 이런 점 때문에 손으로 직접 적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타이핑으로 하면 모든 텍스트가 동등한데, 손으로 직접 적으면 내가 알아서 자연스럽게 중요도에 따라서 크기를 조절하게 되어서 시각적으로 각인이 되니까요.
때로는 너무나 강력한 한 가지 때문에 내가 고통을 겪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잖아요. 그러면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이런 것들이구나, 이건 포기하기가 정말 힘들구나, 이런 것들은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별로 중요한 것들은 아니었구나, 하면서 내 감정을 조금 더 똑바로 바라볼 있게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장단점 목록을 적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최소한 내가 왜 힘든지, 내가 이 힘든 일에서 무얼 얻고 잃는지를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과, 내가 내린 결정에 대한 미련과 후회가 사라지더라고요. 내가 이 결정으로 인해서 얻은 것과 잃은 것, 내가 포기한 것과 선택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으니까요. |
|
|
유리병 속의 편지를 클릭하시면 개인정보 없이 저에게 답장을 보내실 수 있어요, 아니면 메일로 답장을 보내주셔도 좋고요✍️ 남겨주시는 메세지들은 우주로 사라지지 않도록 제가 잘 읽고 간직하고 있답니다🖤
|
탐험일지를 추천해주고 싶으신 분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혹시.. 아직 탐험일지를 구독하지 않으셨다던가...? Subscribe 이미지를 클릭하면 탐험일지를 구독할 수 있답니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