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전 이 정돈 아닙니다... 라고 쓰지만... 과연🥲
그런데 저는 이 점이 항상 의아했어요. 좋아하는 걸 이야기하고 다닐 땐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싫어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하면 그만하라고 하거나, 넌 너무 예민하다고 말하더라고요. 그치만 전 이게 싫은데요. 싫다고 말하고 싶은 걸요! 물론 이유없이 싫다는 이유로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거나, 험담을 한다거나 하는 말은 절대 아닙니다🙅♀️ 저는 좋은 걸 왜 좋은지 분석하고, 싫은 걸 왜 싫은지 분석하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어디서 비롯된 걸까? 내가 가진 어떤 프레임이 이걸 싫어하게 만드는 걸까? 살펴보는 걸 자주 해요. 특히 이게 그냥 싫은 걸 떠나서, 너무 예민하게 감정적으로 굴게 만드는 것들은 내 지금 마음이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를 알려준다고 생각해서 한참을 살펴보려고 하고요. 싫은 걸 그냥 무시한다고 싫은 게 해결되진 않잖아요. 내가 무엇을 싫어한다는 것은, 내가 불편해하는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신호인거죠.
예를 들면, 저는 요새 유튜브 음악 플레이리스트 앞부분에 1분 정도 영화의 짧은 클립을 넣는 것이 싫어요. 저는 그냥 바로 빨리 노래를 듣고 싶거든요. 왜냐하면 저는 어차피 일하거나 이동할 때 BGM으로 틀어놓기 때문에 영상을 보지 않고 사운드만 들어서이기도 하고, 빨리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싶은데, 성격이 급해서 기다리기 힘든 것도 있어요. 또, 감성적이고 멋져보이는 영화의 일부 장면만 떼어다가 맥락 없이 넣는 의도가 너무 적나라해서 오히려 좀 촌스럽다는 생각도 들어요. 영화나 영상의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도 떠올리게 되고요(대부분 불법일텐데!). 그 짧다면 짧은 순간이 제가 싫은 수많은 점들을 찾아내게 만드는 거 있죠. 그래서 왜일까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다른 사람의 콘텐츠(영화나 영상)를 '내 취향을 멋져보이게 만들 장치'로 쓰는 것 같아서 싫은 거였어요. 그런데 어떤 때에는, 제가 그런 글을 쓰고 있더라고요! '멋져보이는 글'을 쓰려고 다른 사람의 멋진 글이나 콘텐츠를 인용하거나 하는 제 스스로의 모습이 싫어서, 더 싫은 거였던 거예요.
그래서 같은 맥락으로, 전 다른 사람이 싫다고 하는 것이나, 예민하게 구는 부분을 관찰하는 걸 좋아해요. 그러면 그 사람이 가진 사고방식이나 어떤 걸 중요하게 생각하고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지 힌트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사람들이 본인이 싫고, 불편한 지점을 어떻게 대하고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는 게 흥미로워요. 좀 변태같기도 합니다만🙄 저는 그게 좋은 것에 대해 분석하는 방식보다 그 사람을 더 빨리 파악하게 해줄 수 있다고도 생각하거든요. 보통, 사람들은 싫은 걸 말할 때 더 솔직해지더라고요, 후후.
그리고 여담이지만, 투덜이 스머프는 항상 팔짱을 끼고 다니면서 베이비 스머프를 대할 때면 "난 아기가 싫어."라고 하지만, 남이 안 보면 팔짱을 풀고 미소를 지으며 베이비 스머프를 돌보고요. 어떨 땐 다른 스머프들의 위기를 극복해서 구해내기도 하는 스머프이기도 합니다. 내가 싫은 것을 직면하고, 나아가 싫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밝힌다는 것은 어쩌면 용기이고, 내 관점을 확장시킬 수 있는 첫 발걸음일 수 있지 않을까요? 불평불만으로만 치부되는 내 싫은 마음과 감정도 어쨌든 내 것이잖아요. 부정적인 감정이라는 이유만으로 나쁜 것으로 치부되었던 '싫다'는 감정도 잘 살펴본다면, 놓치고 있던 어떤 흔적을 발견할지도 몰라요. 무엇보다, 꽤 재밌다고요!
언젠가 꼭 싫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모여서, 싫은 것들에 대해 유쾌하게 말하며 싫은 이유를 재밌게 탐구해나갈 수 있는 모임을 만들어보고픈 이동조사원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