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동안, 눈이 가득한 곳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아주 추울 것 같아서 옷을 잔뜩 껴입고 갔지만 의외로 한국보다 많이 춥지 않았습니다. 삿포로는 이전에 충동적으로 비행기표를 사서 1박 2일로 한 번 다녀온 것이 다였는데, 그것도 애매한 시기인 3월 중순쯤 다녀와서 눈도 없고 꽃도 없는 약간 황량한 삿포로만을 보고 온 기억이 있답니다, 후후.
삿포로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는 영화 <윤희에게>를 봤습니다. 사실 처음 여행지를 정할 때, 이 영화의 배경인 오타루의 풍경이 꽤 영향을 미쳤습니다. 눈이 포슬포슬 내리는 작은 마을, 예쁘게 반짝이는 밤의 운하, 친절한 주인이 맞아주는 다정한 카페를 직접 눈으로 보고 싶었거든요.
제가 상상했던 마을과는 조금 다르긴 했지만, 아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 늦은 밤 오타루에서 삿포로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는 이 플레이리스트를 들었답니다. 영화 윤희에게의 OST로 시작해서, 겨울밤에 듣기 좋은 노래들이 가득해서 마음이 몽글몽글해졌어요🌨️
다음 날에는 삿포로 시내를 산책했는데요, 걷다보니 도로가 반듯하게 쭉 뻗어있고 구획이 잘 나누어져 있어서 계획도시인가? 하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삿포로에서 17년을 사신 분의 말로는, 삿포로가 위치한 홋카이도를 일본의 메이지 유신 이후 개발한 곳이라고 했습니다. 원래 홋카이도는 일본이 아니라 아이누족이라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던 곳이라 ‘역사가 없는 땅’이라고 불린다고요. 거기서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럼 아이누족의 역사는 어디 있는 거지? 끝이 없이 내리는 눈이 가득한 땅을 개척한 건 결국 누구지? 하는 궁금증이요.
검색을 하다보니 위의 기사를 찾았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물론 한국인에게도 로망이 담긴 여행지인 홋카이도, 그리고 삿포로는 사실 원주민을 쫓아내고 개척을 위해 강제로 자국민과 타국민들을 강제이주시켜 노동력을 착취해 만들어진 곳이란 것을요. 이 도시가 가진 이면을 알고 나니까 그제서야 이상하게 느꼈던 점들이 해소되었습니다.
홋카이도는 세계적으로도 눈이 많이 오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8월에도 눈이 온 적이 있다고 하고, 눈은 치워도 치워도 끝없이 내리고, 조금만 시골에 살면 고립되기는 일쑤에, 자원이 많이 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살만한 곳은 아니지요. 그런데 왜 이렇게 발전된 도시가 있는걸까? 이렇게 척박한 땅에 처음 살게 된 사람들은 어떻게 살게 된 걸까? 왜 홋카이도에 얽힌 옛 이야기들은 별로 없는 걸까? 오래된 건물과 역사이야기는 왜 안 알려져있지? 라는 궁금증이 항상 있었거든요. 분명히 너무나 아름답고 낭만적인 곳이지만, 이상하게 향기가 없는 가짜 꽃을 보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만약 다음에도 홋카이도를 가게 된다면, 그 때는 정말로 사람의 손이 덜 닿은 홋카이도의 더 외곽지역을 가보고 싶어요. 어쩌면 팜플렛 표지 같았던 삿포로의 풍경 말고, 진짜 홋카이도의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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